책상 위의 세입자들 27) 잠꼬대

카테고리 없음2020. 8. 8. 20:56

사람은 포유류고 베타는 물고기인데도 때때로 사람과 베타물고기의 닮은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아니, 처음부터 다른 존재라는 생각이 박혀있기 때문인지 때로는 다른 부분이 없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최근 발견한 웃긴 부분은 바로 베타도 잠에서 깨어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얼마  솔방울병을 의심하고 곧바로 녀석의 어항을 비운  안에서  살고 있던 스킨답서스를 빼고 어항을통채로 씻어 소금 농도를 0.25% 맞추고 골든엘바진과 워터컨디셔너를 넣어주었다. (지금까지 경과를 보면 메디슨g 별로 효과가 없는  같다.)

 

서울은 연일 장마로 비가 오는 날이 비가 오지 않는 날보다 많아 나갈때 녀석을 위해 전등을  두는 것을 깜빡했던 날의 일이다.

 

저녁 식사   들어와보니 깜깜한  안에서 녀석은 바닥에 조용히 가라앉아 잠들어있었다. 전날에는 격리항에서, 아침에는 본항으로 옮기면서 100% 환수를 해주었으니 신경이  쓰일 수가 없었다. 밥도 먹이고 해야 되서 부득이 녀석을 깨웠는데 갑자기 이녀석이 바닥에서 꿈틀거리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질 못하지 뭔가. 단순히 부레병 수준이 아니라 몸을 가누는  자체가 힘들다는 듯이 몸을 돌돌 말았다가 바닥에 몸부림을 쳤다가 천천히 기울었다가 난리를 쳤다. 대체 반나절만에 이렇게 상태가 악화될  있단 말인가? 이때는 사료가 있는 쪽으로 톡톡 손가락으로 어항을 쳐보아도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겨우 몸부림을  수면을 동동 떠다니는 사료 근처까지 돌진해놓고서는 마치 시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기라도   사료를 제대로 조준하지 못하고 주변 수면을 치거나 하는 것이었다. 솔방울병이 악화되면 눈이 부어오르면서 팝아이 증상이 나타났는데 녀석의 눈은 외관은 멀쩡한데도 시력이 이렇게 떨어진 건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관리를 안하다가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도 아니고  어항 소독하고 격리항으로 만든 참이라  충격이 컸다.

 

증상의 정체를 깨닫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5? 10? 이내 정상으로 돌아와 날렵하게 먹이를 받아먹기시작했지만 그때까진 정말 식겁했다.

 

이랬던게 이틀 전인가 한데...

오늘은 식욕이 많이 떨어졌는지 사료를   먹는다. 마음 아픈 것은 처음부터  먹으면 식욕 때문인가 할텐데 사료를 던져주면 쏜살같이 달려와서 삼키고는 전부  넘기지 못하고 뱉거나 일부를 토해내는 것을 두어번 반복하다가 사료먹는 것을 포기해버린다는 거다.

 

이녀석 언제 마음  쓰이게 할거야.

 

다행인 점은 복수가  것이 많이 가라앉았다는 (처음에 솔방울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복수가 찼던 것은 확실하다. 녀석의 배는 측면에서 봤을때도, 위에서 봤을때도 많이 홀쭉해졌다.  사이에 흰똥인지 슬러지인지   없는 것이 어항을 떠돌아다녔고, 어제는 슬러지같은데 회색이나 검은색 알갱이가 있는,   없는 찌꺼기가 생성되어   마음 졸이게 했다. 녀석의 종양에는 빨간 출혈부같은 것이 보였다가 다시 하얗게덮였다가 오늘  빨간  같은 것이 보인다. 원래 오늘 컨디션이 좋아보이면 집도를 해볼까 했는데 밥도 제대로  먹는 애를 데리고 무슨 수술이냐.... 사태가 이렇게 오기  한참 거품집을 퐁퐁 만들  시도해야 했다.   큼직한 종양을 달고도 명랑하길래 이렇게만 살다 가라고 속으로 기도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