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의 세입자들 12) 거품집을 만들었다!

^2020. 4. 9. 07:15

백작이가 거품집을 만들었다!

정답은 ph였나?

 

어제와 오늘의 행동이 180도로 달라서 혼란스럽다.

 

어제는 진짜 이러다 용궁가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늘 베타 침대에 힘없이 축 늘어져 하루를 보냈고 걱정된 내가 슬그머니 어항으로 손을 갖다 대도 늘 팔랑거리는 아가미 옆 지느러미를 한 두번 흔들고 말았을 정도다.

 

원래는 먹이를 주기위해 수면으로 다가오는 내 손을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어제는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 확연해 섣불리 뭘 할 수도 없었다. 계속 지느러미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통에 고민하다가 플레어링이라도 하라고 거울을 갖다댔는데 처음에는 그래도 평소같이 격렬하게 플레어링을 하던 것도 잠시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거울과 먼 구석으로 가서 지느러미를 늘어뜨린채 미동이 없이 머물기만 했다.

 

그래도 내가 거울을 치우자 몇 번이나 그 근처를 기웃거렸다가 날 악의 축으로 보는듯한 시선을 던지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지능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너무 힘겨워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그제도 밥을 주기만 했을 뿐 못 먹은걸 보면 밥을 안 먹은게 하루가 훌쩍 지났다는 생각이 들어 테트라비트를 작은 알갱이로 골라 한 톨 떨어뜨려주니 잽싸게 달려와 먹었다. 어제 유일하게 나의 위안이 된 행동이었다. 그래도 밥은 먹으니 다행이다 싶어 한 알갱이를 더 줬는데 거의 비슷한 사이즈였는데도 그건 먹으려고 몇번이나 애를 썼으나 삼키지 못하고 수중에서 불어 흩어졌다.

 

잠에도 평소보다 훨씬 일찍 들었다. 어차피 눈을 감는 건 아니니 이게 자는 건지 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어항 근처에 손을 가져다 댔는데도 아가미 옆 지느러미도 전혀 움직임이 없어 어항을 톡톡 쳤더니 잠투정이라도 하는 듯이 가슴지느러미를 그것도 한 쪽만 가볍게 팔랑이고는 다시 미동도 없는 상태로 돌아갔다.

 

베타 침대도 수면에 가까운 위층 침대에만 누워서는 수면에 가깝기 때문인지 아가미 움직임도 없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참 그리고 뒷지느러미 앞 쪽도 뜯어진 것처럼 손상되었다. 솔직히 위치를 생각하면 자해를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계속 베타침대에 올라가다 손상이 된 건지 뭔지는 모르겠다. 꼬리지느러미도 겨우 막이나 생성되었을 뿐 아직 여물지도 않은 녀석이 뒷지느러미도 손상되니 속상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희한한 것은 어제는 움직임이 거의 없어서 언제 그런 손상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는 거다. 물에 가만히 떠있는 일 조차 없을 정도로 녀석이 하루종일 힘이 없으니 온도계를 온 몸으로 치대는 동작마저 그리웠다.

 

수면에 올라와서 물인지 공기인지를 한 모금 머금고 내려가는 동작도 힘들어보였던 어제.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오늘 일어나보니 녀석이 거품집을 다 지어놓았다! 그것도 아침 7시에...

어제 저녁 8시도 안 되어서 침대에 늘어져있던 건 큰 공사를 앞두고 힘을 비축한 건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마저 들었다. 깜짝 놀란 내가 침대에서 다가서자 경계하듯이 내쪽으로 다가와 날 째려보더니 다시 바쁘다는 듯 공사현장으로 돌아갔다.

 

일단 어제와는 헤엄치는 동작부터 다르다. 플레어링 할 때처럼 지느러미를 당당히 쭉 펴고 온 몸을 바동거리며 집을 짓는다. 베타침대에 눕거나 기대는 일도 없다. 거품 집도 집이라고 안정감을 느끼는지 내가 움직이면 곧장 거품 밑으로 몸을 숨긴다. 어제 베타침대의 잎 밑으로 몸을 숨기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거품집이 신기해 유리위로 손을 뻗으면 떨어져 있더라도 순찰 하듯이 다가와 경고하는 것처럼 아가미를 세운다. 아주 의사표현이 확실하다. 사람이었으면 치켜올린 눈썹이 보였을 정도다.

 

수중에 힘을 빼고 가만히 있을 때도 지느러미를 쭉 펴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대조적이다.

 

어제 고작 한 톨 먹었다고 이렇게 돌변한 것은 아닐테고

 

1. 알몬드잎을 팍팍 넣어서 홍차가 된 물의 PH가 마음에 들었다.

2. 온도가 창가보다 높아졌다. (창가 24도, 현재 위치 26도)

3. 창가에 비해 방 안 쪽 바닥에 가까운 위치라 온도 스윙이 없다.

4. 책상에 비해 진동이 없는 위치라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5. 날마다 환수를 안 해주는게 오히려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됐다.

 

이 중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소금을 타준게 효과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웬만하면 늘 보고 싶으니 책상 위로 다시 옮기고 싶긴 한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이놈 때문에 요 3일간 베타 관련 정보를 찾느라 덩달아 베타 사진도 엄청나게 많이 봤는데 우리 백작이가 최고다ㅠㅠ 관상용 베타의 수명은 길어야 2~3년이라는데... 나에게 얘를 대체할 베타가 또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니 최대한 오래 살아야 해.

 

아침에 아티슨 프로를 3알 먹였다. 저녁에도 3알 먹일 계획이다. 테트라비트를 작은 알갱이로 5알 먹였다.

먹일때마다 5~10초간 혹시 못 먹고 뱉는 건 아닌지 확인도 함. 먹이 반응은 열광적이다.

 

계속 관찰하니 쉴때도 늘 거품집 아래에서 쉰다. 누가 보면 알이라도 있는 줄 알겠다. 오늘은 한 차례도 베타 침대에 올라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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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놈이 심심은 한가보다. 의자를 뒤로 젖혀 어쩌고 있나 쳐다볼때마다 어디 있든지 간에 내가 있는 방향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이건 날 경계하는 건가 아니면 은근히 그리워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