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의 세입자 26) 솔방울병?

^2020. 8. 5. 05:16

지난 글을 쓴 이후 녀석은 다행히 추가적으로 자해행위를 하진 않았다. 밥도 잘 먹고 유영도 잘 하고. 의외로 등지느러미는 생각보다 빠르게 상처를 회복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아야하는 상처가 있어 한 회에 주는 먹이량을 늘리고 있던차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배설물을 예쁘게 말아놓은 덩어리로 싸지 않고 마치 사료 알갱이 크기만큼 뚝뚝 끊어 누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한 번 변비로도 부레병으로도 고생을 해본터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생각해보니 도대체 안 거치는 병이 없다) 여전히 밥도 잘 먹고 움직임에도 이상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사료양을 줄여보았는데 여전히 팽팽히 부은 배는 들어갈 기미가 안 보였다. 그러던 차 오늘 환수를 하려고 보니 갑자기 솔방울병이 떠올라 녀석을 위에서 유심히 관찰했다.

 

종양 때문에 날마다 열심히 관찰을 하면서도 위에서 관찰하는건 녀석을 데려오고 나서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 점이 찔려서인지 녀석의 가슴지느러미 앞쪽으로 비늘이 아아아아아아아아주 살짝 일어난 듯 보였다. 일어났다기보다도 살짝 들렸다고 할까? 하지만 들렸다고 생각하면 들린것 같이 보이고 안 들린 것 같다고 하면 안 들린 것 같기도 한 아주 미묘한 상태다. 사진으로 찍어서 봐도 접사는 확대하면 자동보정때문인지 화소가 뭉개지는 현상 덕에 긴가민가한 것은 여전하다.

 

솔방울병, dropsy의 흔한 증상은 식욕감퇴, 부레가 눌려 생기는 동작이상인데 아직 그런 증상은 보이지 않는다. 단 소화기관도 영향을 받기 때문인지 끊어지지 않고 가늘고 길게 늘어지는 배설물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는데 내 경우는 아주 똑같진 않아도 소화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일단 솔방울병이 중증 이상으로 가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호들갑을 떨어가며 녀석을 치료해줄 셈이다. 이미 백작이는 종양을 달고 있기 때문에 다른 걸 감수할 여력이 없다. 그나저나 지난 번 자해증상때 충격을 받고 8월 하반기에 좀 한가해지면 수술을 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이래서야 한동안은 녀석의 이상관리에 힘써야겠다.

책상위의 세입자 25)자해

^2020. 7. 25. 02:25

그간 백작이는 잘 살고 있었다.

잘 살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몸에 큼지막한 종양을 달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 나는 이제 그게 종양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이상이 나타난 부위가 좁아서 이게 소위 말하는 cotton같은 증세인지 살짝 볼록하게 나온 것이 종양인지, 혹은 betta lump로 검색하면 자주 나오는 의견처럼 사실은 abscess인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하나씩 소거해나가다보니 역시 종양이 맞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릴 때 해부할 때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아끼는 애완어가 되어서 그런지 지금 나에게는 야매수술을 할 배짱이 없다.

다행히도 종양이 하루하루 커져나가는데도 녀석이 지내는데는 불편함이 없어 보이고 식욕도 아주 넘쳐나서 그저 살아가는 동안 고통만 없길 바랐다. (다른 베타 종양을 가진 사람들의 글로도 종양이 커지는게 딱히 베타의 식욕을 저해하거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베타 물고기의 종양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검색으로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종양 뿐만 아니라 아주 유명한 병ex. 솔방울병 을 제외한 증상 혹은 평소 관리법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여 정확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

 

그나마 이 녀석의 경우에는 자해증세가 나타난 적은 별로 없었는데

어제 보니 꼬리가 약간 너덜해져 있고(어항에 상처를 입힐만한 구조물이 없는데도 말이다!)

결정적으로 오늘 보니 등지느러미가 아주 파먹은 것처럼 걸레짝이 되었다.

정말로 지느러미를 먹기라도 하는 걸까?

그렇게 큰 조각(?)이 없어졌는데 어항에는 녀석의 등지느러미 조각이라고는 흔적도 없다.

단지 물을 갈아줄 때 보니 지우개 떼 정도 길이와 얇기의 흰 조각들이 흩날려 혹시 이것이 녀석의 지느러미 조각인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일전에도 등지느러미가 갈라진 적은 있었지만 그 땐 누가 봐도 피자조각을 떼어낸 것처럼 중간만 쩍하니 갈라진거라 크게 걱정이 들지 않았는데 오늘 아주 걸레짝이 된 지느러미를 보니 덜컥 겁이 난다.

 

수질 때문인가? 하지만 그렇다기엔 수질하락이 동반하는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팝아이 등의 증상은 물론이고 녀석은 여전히 내 손이 움직이기만 하면 나에게로 달려들고 유유히 벽면을 헤엄치고 밥도 잘 먹고 벽에 치받거나 하지도 않는다.

 

결국 혹 종양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자해가 시작된 것일까봐 두렵다.

혹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인 경우에도 일단 자해가 습관으로 들면 고치기 쉽지 않다고 알고 있다.

지난 주 리트를 치면서 하루 정도 밥 주는데 소홀했던 경향은 있지만 그 뒤로는 전혀 부족함 없이 조금씩 자주 주고 있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제발 일회성 자해이길 바란다.

그리고 녀석이 오래오래 내 곁에 남아있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급하게 1/3환수를 추가했는데 녀석의 기분이 사뭇 좋아보인다.

책상 위의 세입자들 20) 다들 잘 지낸다!

^2020. 5. 8. 23:53

오랜만에 글을 쓴다.

부레병이 심했을 때는 나도 심상해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기억나는 것을 글에 옮긴다.


이전에도 썼지만 우선 처음에는 완두콩을 사러가기 너무 늦은 시간이라 병아리콩을 충분히 물에 불리고 끓여서 백작이에게 주었다. 완두콩을 바로 사러가기 힘들다는 것 외에도 병아리콩은 검색해보니 섬유질의 비율이 완두콩보다 높아서 괜찮지 않을까 했던 건데 과연 수 시간을 불리고 수 시간을 끓여 손으로 부드럽게 짓뭉개질 지경이 되어서도 이후 익힌 완두콩과 비교하니 훨씬 수분이 없고 물고기가 삼키기 힘들었다. 단연코 비추천이다. 완두콩을 주고 보니 병아리콩은 위험하게까지 느껴진다.


오래 굶은 탓인지 완두콩은 원래 사료와 버무려주지 않아도 제깍 입에 넣었다. 하지만 삼키기 힘든 것은 여전한지 병아리콩보다는 잘 먹었지만 완두콩 역시 입에 넣고 뱉기도 했다. 한 3번 쪼개주면 2번은 뱉었다 먹었다 뱉으며 수중에 흩어졌다. 문제는 콩을 먹고도 배변활동이 없었다는거다. 오래 베타용 사료를 먹이지 않아서인지 지느러미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끝부터 부식하는 현상보다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툭하고 갈라지는 현상이 먼저 일어났다. 혹은 원래도 꼬리지느러미는 상한 부분이 있어서 먼저 눈치채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관찰하기로는 그랬다.


그리고 또 하나 나를 엄청난 걱정으로 몰아넣은 현상이 있었으니 바로 몸통의 푸른 비늘에 누런 금속성 광택이 섞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베타가 아프면 아무래도 그 녀석을 구석구석 염려섞인 눈빛으로 보게 되는데 그 때 별별 이상징후를 발견하게 된다. 나같은 경우에는 안면부에 구멍이 있는 것도 한쪽 아가미 아래의 턱받이같은 부분이 플레어링때 완전히 펴지지 않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부여잡고 예전에 찍었던 사진이며 영상을 찾아봤더니 아가미는 변비때부터 이랬고(처음 데려왔을 때는 다른 쪽만 찍혀서 처음부터 그랬는지 불확실) 안면부에 크레이트 같은 구멍은 데려올때부터 이랬더라.


(안면부의 구멍은 기생충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현재까지 관찰하기로 내 경우는 아닌 것 같다. 혹은 과거에 기생충을 앓아 생긴 흔적이 잔존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비늘에 섞인 광택은 이야기가 달랐다.


이미 변비와 컨디션 난조 때부터 온갖 베타에 관한 질병이란 질병은 검색해보았기에 바로 오디늄을 의심했다. 하지만 오디늄이라기엔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플레어링시 한 쪽 아가미 아래 부분이(아가미 자체는 완전히 정상이었다.) 제대로 안 펴지는 부분을 알아차렸을 때부터 오디늄 증상이 나타날까봐 아가미 부근을 열심히 관찰했는데 통상 오디늄이 아가미 안쪽에서 발병하여 아가미 부근부터 몸통->꼬리로 이행된다는 포럼의 글에 비해 백작이의 금속성 광택은 몸통 중간부터 시작해 꼬리>아가미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오디늄은 금색 "가루"가 뿌려진게 특징적인데 백작이의 광택은 아무리봐도 가루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다들 처음에는 너무 가루가 미세해 분간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서 확대도 해보고 조명을 집중시켰다가 껐다가 플래시도 터트려보고 했는데 내 결론은 이렇다. 베타가 영양실조 상태에 이르면 지느러미도 헤지지만 비늘도 상한다. 그리고 특정한 상태의 비늘이 상하면 이러한 금속성 색깔로 보일 수 있는 것 같다.


백작이의 경우 몸체는 흰색 비늘+붉은 비늘+청색 비늘, 안면부는 붉은 색과 흰색이 섞여있는데 붉은 색 부분의 경우 이러한 금속성 광택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안면부의 흰색 부분에는 점차 범위가 넓어지면서 말기에 이르러 이러한 광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꼬리 부분의 경우에는 원래부터도 이와 유사한 광택이 있는 상태여서 이게 처음부터 이상증세가 있었던 것인지, 혹은 자연스러운 발색으로도 나타날 수 있고 비늘 손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겹치는 증상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지금 백작이는 밥도 잘 먹고 지느러미도 투명한 막이 생기며 회복 중인데 과연 몸통의 비늘도 처음 광택이 드러난 사람으로 따지면 어깨 부분부터 다시 이전의 색을 회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조명을 강하게 주고 당겨 찍어 확대하면 비늘의 텍스쳐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이 옆길로 샜는데 여하튼 백작이는 콩을 먹인 상태에서 며칠째 배변이 전혀 없었고 지느러미가 갈라지고 헤지는 등 컨디션이 너무 나빠진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사료를 먹여도 괜찮을지, 그렇다고 안 먹이는 상태를 지속해도 될는지도 전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사실 이 때 온갖 약품을 검색하며 오디늄일 가능성이 있어 큐프라민을 사서 투여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약품을 쓸때는 신중해야하며 체력적으로 버틸 수 없을 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는 다수의 글과 영상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작이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는데 어느 날 지느러미 손상도를 체크하려고 보니 플레어링을 안하지 뭔가... 이 때 정말 머리가 띵했다. 주인을 잘못 만나서... 죽어가는구나... 그런 생각을 거둘 수 없었다. 그리고 갈라진 녀석의 등핀에 실오라기 같이 이상한 것이 붙어있었다. 직감했다. 이게 실시간으로 지느러미가 녹아가는 증거라고. 아니나다를까 녀석의 지느러미가 습자지처럼 금방이라도 찢어질 마냥 얇아보이는게 며칠 지났는데도 지느러미의 손상이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는데 그 실오라기를 발견하고 보니 지느러미가 녹는건 순식간이었다. 이걸 발견하고 보니 백작이 꼬리 끝의 검은 부분이 상당히 소실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의 지느러미 녹음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곰팡이성 감염이고 다른 하나는 박테리아성 감염이다. 그런데 검색하다보면 두 방향에 대해 서로 기술이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끝부분이 흰색으로 실같이 닳으면 곰팡이성 감염이고 검은 색으로 상하면 박테리아성 감염이라고 하는데 다른 데서는 흰색이 박테리아성이라고 하는 등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 결국 가장 넓은 범위의 처치인 소금욕을 택했다. 퍼센트는 0.5%, 즉 1L에 5g 되겠다. 1%나 2%~3%도 고려했지만 이 때 백작이가 버텨줄지 확신이 없었다. 일단 꼬리 손상이라도 멈춰 볼 요량으로 0.5%에서 차도가 없으면 1%까지는 갈 생각이 있었다. 참고로 부레병 초기부터 0.2% 염도를 유지하다가 소금욕을 하면 1주일 정도 지속 후 쉬어줘야 한다는 말이 있어 며칠 염도가 0인 상태에서 지느러미에 실같은 침식이 발생했다. 만약 소금욕을 지속했다면 이러한 침식이 없었을 수도 있고, 혹은 베타의 신장에 안 좋은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이 힘들었다. 분명 백작이가 겪는 증상은 매우 흔한 증상이라 검색하면 온갖 정보가 뜨는데 그 정보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저마다 다른 것 말이다. 그리고 이 때 온갖 종류의 약도 검색해봤는데 해외 포럼에서는 피마픽스와 멜라픽스, 그리고 심지어 베타픽스도 베타의 특징적인 호흡기관인 라비린스에 좋지 않으므로 쓰지 마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정말 얼마나 머리가 아팠는지 모르겠다.


소금욕을 하면서 동시에 사료도 아주 조금씩 주기 시작했다. 도저히 체력이 없이는 이 사태를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금식과 완두콩 급여 후에 갑자기 원래 먹던대로 줘도 안 된다는 글이 있어서 처음에는 테트라 비트와 아티슨 베타프로를 물에 충분히 불려 번갈아 주었다. 백작이는 뭘 주든 허겁지겁 먹었다.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지느러미 끝에 하얀 실같은 건 소금욕을 한지 만 하루만에 없어졌다. 여전히 슬러지는 많았지만. 녀석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환수할 때 말고는 건드리지 않았다. 지느러미가 재생하려면 고단백의 사료를 넉넉하게 먹이는게 중요하다던데 변비로 인해 넉넉하게 먹일 수는 없으니 사료를 다시 급여한지 약 3일째부터 가지고 있는 모든 사료 중에 가장 단백질 함량이 높은 팬시 구피를 위주로 주었다. 그리고 그린달웜도. 그래도 오랫동안 배변이 없어 걱정하던 차에 사료의 양을 조금 늘리고 그린달웜을 몇 마리 준 다음 날 (비위가 상할 수 있음)오뚜기 카레색의 콩조각 같은 것을 누었다. 그 다음부터는 이틀에 한 번씩 커다란 똥을 누기 시작했다.


부레병은 어느 새 없어졌다. 그런데 하루 만에 나아진 것은 아니고 배변이 원활해지기 전부터 조금씩 수면으로 부상하는 것이 조금씩 편해보이다가 점점 바닥에 누울 때 쓰는 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가 아닌 배지느러미가 되었다가 하는 식이었다. 변비랑 아주 비례적으로 나아지는 건 아니고 그래도 상관관계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사실 먹는 걸로 말하자면 절식과 금식이 한참이었으니 처음부터 변비와는 관계가 없었을 것 같은데 어쩌다 부레에 문제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환수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수위를 낮춰 겨우 끄트머리나 닿을 수 있는 온도계에 온몸을 부딪히기도 많이 했는데 이 때마다 손으로 벽을 감싸줬더니 온도계에 부딪히기보다 내 손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그런지 약간 침착해지며 벽으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저 내 행동이 의도와는 달리 더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으면 한다.


지금은 상태가 매우 좋아져 등핀 갈라진 부분은 투명한 막 없이 바로 재생 중이고 꼬리지느러미는 셀로판 같은 막으로 점점 재생 중인데(하지만 처음처럼 진한 검은색으로 차지는 않는다ㅜㅜ 검은색은 끄트머리에나 겨우 있다. 그리고 처음 데려올 때부터 상했던 곳은 신기하게도 다른 곳보다 더 늦게 차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 요인은 있다.


오래토록 이 녀석을 관찰하다보니 이제 알 것 같은 부분들이 있다.


먼저 이 녀석은 환수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받는데, 환수를 안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처음에도 그렇고 부레병 때는 아예 물맞댐 환수통을 자작해서 1L를 3~4시간에 걸쳐 투입했는데도 환수스트레스를 받는게 눈에 보였다. 물론 그 땐 컨디션이 안 좋아서 더 그랬겠지만 환수가 즐거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데 희한하게 수류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이 녀석은 분명히 수류를 좋아한다. 그리고 스포이드나 대롱이 들어오면 다 호기심을 갖는다. 환수용 사이펀, 이물질을 빼는 스포이드, 유리 온도계에 그린달웜을 주거나 스킨답서스를 세우려 넣는 수초용 집게까지 전부 좋아하는데 문제는 제 지느러미 끄트머리라도 건드리면 쏜살같이 도망간다. 아니 나도 널 건드릴 생각은 없었는데 네가 먼저 쫓아왔는 걸...


아직 환수 스트레스의 결정타가 뭔지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풍경 달라지는 걸 질색하는 건 잘 알겠다. 이놈이 스킨답서스 뿌리쪽에 똥을 싸놓아서 그걸 빼려고 스킨답서스를 좀 건드렸는데 저는 반대편에 있어놓고는 어찌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벽의 한 쪽 모서리에서 다른 쪽 모서리로 미친듯이 돌아다니는지.... 평소에 스포이드랑 사이펀 대롱 따라다닐때는 안 이래놓고 정말 주인 놀래키는데 선수다. 그래도 아플 때 탱크항 상태보다는 다이소 도자기컵과 스킨을 넣은 지금 상태를 더 좋아하는 건 분명하다.


다이소 도자기 컵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베타는 작정하고 똥을 쌀 때는 고정된 장소를 좋아하는게 아닌가 하는 가설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표본이 부족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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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들은 변함없이 무탈하다. 이제 많이들 커서 정말로 치어용 어항이 작아보인다. 하나도 탈락이 없어 오히려 고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4~6마리만 데려왔다....


큰 놈들은 진짜 많이 컸다. 그리고 지금 보니 처음에는 뒷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를 보고 암컷인 줄 알았던 놈들도 커가며 핀이 뾰족해지고 색이 올라오는 애들이 많다. 제일 큰 애들은 둘 다 수컷인데 생식기인 고노포지움이 외형상으로는 완전히 발달했다. 내가 그런 눈으로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암커으로 보이는 앧들을 따라가 괴롭하는 모습도 종종 관찰된다. 이제 다 컸다고 유세하는지 아주 제 몸보다 더 긴 똥도 잘 달고 돌아다닌다. 이제 점프도 할 줄 알아서 숟가락으로 옮기기 힘들다.


치어 중에 유난히 몸집이 작은 애는 이제 다른 애들한테 몸빵으로 밀리길래 기형이 의심되는 다른 한마리와 함께 분리했다. 처음에는 그린달웜 맛을 보여줘서 빠른 성장을 도모할 생각이었는데 눈 앞에 그린달웜을 줘도 식겁하면서 도망치는 바람에 찾아가는 사료서비스나 제공하는 중이다.


기형이 의심되는 애는 분명히 다른 한 놈이랑 다른데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옆에서 보면 배가 말랐고 위에서 보면 다른 한 애는 하얀 배가 보이는 반면 요녀석은 내장이 어둡게 보인다. 카페를 보면 배마름은 통상 기생충에 의한 질환이라 여겨지는 것 같던데 오래 다른 개체들과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염도 없고 이 녀석도 어쨌거나 잘 살아있는 걸 보면 기생충 증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구피도 부레병인가 싶기도 했는데 실제로 다른 놈들보다 더 빠르게 돌아다니고 말이다. 그러나 한번 씩 속도가 느려지는 구간에서 곧바로 높이가 떨어지는게 아닌 걸 보면 부레에 다소 이상이 있을 지언정 완전히 기능을 상실한 건 아닌 것 같다.


좀 더 커야 원인을 알 수 있을지 어떨지. 어쨌든 지금은 열심히 입을 뻐끔거리며 잘 살아 있다.

책상 위의 세입자들 16) 부레병/부레 이상

^2020. 4. 17. 21:41

의외로 구피 치어 보다 베타 키우기가 더 힘들다.

이번에는 부레다.


1주일에 한 번 금식 시키겠다고 결심한 것도 잠깐, 수마 길앤테일을 쓰고 있는데도 지느러미의 호전이 없어 먹이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 끝에 비슷한 양의 먹이를 자주, 적게 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그렇게 결심하고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른 문제가 생겼다.


어제부터 어딘지 활동량이 평소같지 않고 자꾸 몸을 접는 것 같더라니 오늘 온종일 평형을 잡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갈 때는 문제가 없는데 일단 멈춰서면 천천히 마치 낙엽이 떨어지듯 몸의 뒷부분부터 천천히 바닥에 떨어진다. 결국 똑바로 누운게 아니라 45도 기운 상태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을 자주 관찰하게 된다. 계속 그렇게 안간힘을 쓰고 있는게 힘들었는지 바닥에 기대어 있는 모습도 훨씬 자주 보이고 기대어 있으면 다행이지 아예 드러눕는 경우도 꽤나 빈번하다. 플레어링을 시켜도 금방 지쳐버리고 지친 상태에서 상대가 보여서인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원인이다.


부레 이상 증상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과식과 변비인데, 지금은 분명히 먹이 양도 조절하고 있고 1주일간 소화작용이 잘 일어나고 있는지도 계속 관찰했다. 그리고 보통 부레병이 심한 경우 배가 눈에 띄게 부풀거나 튀어나오기까지 하는데 백작이는 그런 것도 없다. 말랐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 뿐인가 열심히 자료검색을 하다보니 부레 이상의 원인으로 starving, 즉 굶주림을 지목하는 것도 봤다. 부레병의 일반적인 치료 방법이 저농도 소금욕 상태에서 3일 굶기기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진퇴양난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알몬드 잎과 소금투입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 며칠 전 환수 후 물을 보충하면서 소금을 추가 투입하지 않은게 실책이었나 싶기도 하다. 부레 이상은 베타의 다른 질병에 비해서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오래 가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한다. 부레병이 1달 이상 이어진 후 용궁갔다는 글도 봤다.


백작이 이 녀석... 스트레스 선도 안 드러내면서 어찌 이리 허약하단 말이야. 식탐만 부리고. 다 주인의 잘못이겠지만ㅜㅜ

책상 위의 세입자들 15) 수위

^2020. 4. 15. 23:56

베타에 적절한 수위는 몇 cm일까?


오늘은 원래 금식일인데 아직 낫지 않은 지느러미 상처가 마음에 걸려 먹는 양을 줄이는 선에서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도 이제 물갈이를 하고 나서도 컨디션이 괜찮아 보여서 확 낮추었던 수위를 조금 높여주었다. 높였다고는 해도 아프기 전만큼 높지는 않다. 다만 이번에는 염분을 보충하지 않아 염도가 다소 희석되는 효과도 함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물의 성질(?)이 변하는 만큼 새 물을 넣을 땐 충분히 시간을 들였다.


그랬더니 오히려 환수를 했던 어제보다 오늘 컨디션이 좀 더 저조해보인다.


구체적으로는 활동할 의지는 만만한데 움직임이 부쩍 지쳐보이는 양상이다. 그래도 아플때처럼 내내 베타침대에 누워있지는 않고 침대에 올라갔다 싶으면 움직이고 다시 알몬드 잎에 기대었다가 움직이기를 반복한다.


확실한 것은 수위가 낮을 때 더 편해보였다는 거다.


원래는 논에 살던 애라고 들었는데 그래도 그렇지 책상 위에 얹은 어항이라 크기도 그렇게 크지 않은데 10cm는 너무 낮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높여줬더니만... 저렇게 지쳐할 줄이야.


단순한 피로인지 아닌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지, 아니면 앞으로도 15하이큐브의 절반만 채워줘야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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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꼬물이들은 오늘도 잘 먹고 잘 산다. 이제 제법 덩치가 커진 녀석은 꼬리뿐만 아니라 옆통에도 발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말인 즉 얘는 수컷이겠지? 관심이 가는 김에 치어 암수 구별법을 검색해 관찰해봤더니 이게 웬걸, 2-3마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암컷인 것 같다. 허허 이것 참.


번식을 목적으로 키우는게 아니라 오로지 관상과 성장을 목적으로 키우는 만큼 기왕이면 수컷이 좀 더 많아줬으면 했는데 바람대로 이루어질 것 같진 않다.


큰 애들이 발색을 띄는 건 당연한 일인데 한참 쪼꼬만 녀석도 꼬리에 색을 달기 시작하니 신기하다. 덩치가 그보다 한참 큰 애가 연한 발색인 경우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많이 큰 줄 알고 오늘은 팬시 구피를 으깨지 않고 온전히 줘봤는데 제일 큰 녀석들 밖에 못 먹는다. 그 녀석들도 삼키기 버거운지 뭔지 입에 넣었다 뱉고를 반복하다가 바닥에 있는 걸 주워먹거나 하더라. 여태 빻아줄 땐 테트라비트 함량을 높게 넣어서 그런지 가라앉은 팬시 구피는 먹이로 인식 못하는 애도 있는 것 같고.


지금도 귀여워서 좋지만 발색이 점점 나타나니 역시 이름에 걸맞게 "풀레드" 인 상태가 어서 보고 싶다.

책상 위의 세입자들 14) 환수와 변비

^2020. 4. 14. 23:14

베타항을 3일에 한 번 환수하는 것으로 주기를 옮기면서 꾸준히 백작이를 관찰했다.


위치는 책상 앞으로 옮겼는데 예전처럼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난 컨디션 난조에는 책상의 흔들림이나 비교적 낮은 온도보다는 환수 스트레스가 큰 몫을 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변비가 있는 것도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우선 처음에는 밥을 하루에 두 번, 양도 이전에 비해 적게 줬는데 슬쩍 막이 생기며 나아가던 지느러미의 손상된 부분에 막이 없어지며 손상이 심해지지는 않았지만 나아질 기미도 없어진, 그런 상태가 되었다.


찾아보니 역시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변비가 생기기 쉽다는 아티슨 베타프로의 양을 줄이고 물을 쉽게 흡수하는 테트라비트와 그린달웜을 번갈아가며 먹였다.


완두콩도 좋다길래 한 번 도전할까 했는데 용궁보낸다는 말도 있어서 관뒀다.


환수를 하면서 생기는 자극으로 변비를 퇴치할 수 있다는 정보도 있었는데 백작이 같은 경우에는 환수 스트레스가 녀석의 난조에 큰 원인일 수 있어 지금 그 방법을 시도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녀석이 처음이니 건강한 상태의 베타 배설물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지금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텐데 영문으로 검색하든 한글로 검색하든 정상적인 상태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고 안 좋은 상태의 사진은 딱 들어맞는게 없었다. 어쨌거나 이 녀석이 흰색의 길게 늘어지는 분비물을 배설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 '건강한 상태'의 용변이 어떤 것인지 찾아보려고 요 며칠간 유튜브 베타 영상을 몇개나 봤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도 쓸만한 정보를 찾진 못했다. 그나마 배변이 원활한 경우에는 짧게 끊어도 싼다< 정도.

그 기준을 적용하면 백작이는 확실히 변비가 맞다. 이 녀석은 우리집에 올 때부터 마치 모기향 처럼 소용돌이치는 약간 어두운 산호색의 똥을 눈다. 그것도 꼭 치우기 힘들게 알몬드 잎 밑에 숨겨놓아서 확인하려면 온 어항을 휘저어야 한다. 처음부터 그런 식이었으니 변비에 걸쳐있는 상태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은 아직도 소식이 없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플레어링도 충분히 시켜줬는데 말이다.


이 녀석이 몸통과 등지느러미의 경계는 색깔이 뚜렷하게 나뉘는데 비해 배지느러미나 뒷지느러미같은 아랫부분은 지느러미에 가까운 비늘이 지느러미의 색과 비슷해 배가 충분히 찼는지 어떤지 알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변비인지 어떤지 밥은 충분히 먹었는지 보려면 옆모습을 유심히 관찰할 수 있어야하는데 녀석은 좀체 내가 관찰할 여지를 안 준다. 내가 조금만 녀석의 앞으로 몸을 기울이면 바로 정면으로 튀어나와 뻐끔거리며 삼일 굶은 거지처럼 떽떽거리는 녀석이다. 비록 1분 전에 먹이를 줬더라도 말이다.


변비가 올동 말동한 체질은 따로 떼어두고 과연 환수 스트레스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모양인지 아무리 조심스럽게 환수를 하고 물맞댐을 오래 해주어도 환수한 날에는 베타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래도 상태가 아주 나쁘지 않다는 건 알겠는 것이 날 보고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방 안쪽에서 요양하던 기간에는 움직임도 거의 없고 내가 보이는 것도 스트레스라는 듯이 구석에 숨고 날 외면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베타침대에 누워도 내쪽을 보고 눕고 내가 머그잔에만 손을 뻗어도 똥강아지처럼 달려나온다. 한 번씩 심심해서 어항 측면을 피아노치듯 동동거리면 아주 바짝 다가오진 않아도 계속 호기심을 보이며 그 자리로 다가온다. 이 맛에 베타 키우는구나 싶다.


그리고 왜 이렇게 이녀석이 마음에 드나 했는데 색깔도 색깔이지만 내 쪽으로 슝 하고 다가올 때 얼굴이 귀엽다. 이런 쪽으로는 섬세하지 못한 성격이라 베타 얼굴도 이렇게 개성이 있는지 뒤늦게 알았다. 왜지 뭐지 하다가 보니 이 녀석 얼굴이 독보적으로 귀엽다는 걸 알았다. 하긴 유튜브 베타 컨테스트 영상에 누군가가 댓글로 다들 말은 이렇게 하지만(이게 예쁘다 저게 예쁘다) 자기 베타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할거라고 남겨놓지 않았던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게 그렇게 콕 마음에 박히니까 데리고 온거다. 귀찮은 환수 노예짓을 하면서 말이다.


그나저나 이놈의 거품집은 아직 최초에 본게 처음이다. 아주 진한 보리차 정도의 알몬드 차 농도가 아니면 성에 차지 않는가 보다. 혹은 내가 세운 가설처럼 지금은 눈높이에 있어서 거품집으로 몸을 숨길 수 없어 안 만드니?(사실 이건 말이 안 된다. 판매처에서 작은 통에 담겨 사방이 노출된 상태의 베타들도 거품집을 올리니 말이다.) 그 때 거품집 만들면서 위풍당당하고 날 경계하던 모습도 웃기고 귀여웠는데.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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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들은 마찬가지로 23개체 탈락 無!


이제 어지간히 커서 잘 먹고 잘 싸고 환수를 해도해도 끝이 없다. 큰 애들은 몸에 발색이 슬슬 나타나기도 하고 등핀이 다른 개체보다 높은 애들도 감지되어서 약간 설렌다. 이 놈들을 생각하면 한 달이 빨리 가는 것 같으면서도 참 안 갔다는 생각이 든다. 이 중에 몇 마리가 수컷일지 궁금하다.

책상 위의 세입자들 12) 거품집을 만들었다!

^2020. 4. 9. 07:15

백작이가 거품집을 만들었다!

정답은 ph였나?

 

어제와 오늘의 행동이 180도로 달라서 혼란스럽다.

 

어제는 진짜 이러다 용궁가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늘 베타 침대에 힘없이 축 늘어져 하루를 보냈고 걱정된 내가 슬그머니 어항으로 손을 갖다 대도 늘 팔랑거리는 아가미 옆 지느러미를 한 두번 흔들고 말았을 정도다.

 

원래는 먹이를 주기위해 수면으로 다가오는 내 손을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어제는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 확연해 섣불리 뭘 할 수도 없었다. 계속 지느러미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통에 고민하다가 플레어링이라도 하라고 거울을 갖다댔는데 처음에는 그래도 평소같이 격렬하게 플레어링을 하던 것도 잠시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거울과 먼 구석으로 가서 지느러미를 늘어뜨린채 미동이 없이 머물기만 했다.

 

그래도 내가 거울을 치우자 몇 번이나 그 근처를 기웃거렸다가 날 악의 축으로 보는듯한 시선을 던지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지능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너무 힘겨워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그제도 밥을 주기만 했을 뿐 못 먹은걸 보면 밥을 안 먹은게 하루가 훌쩍 지났다는 생각이 들어 테트라비트를 작은 알갱이로 골라 한 톨 떨어뜨려주니 잽싸게 달려와 먹었다. 어제 유일하게 나의 위안이 된 행동이었다. 그래도 밥은 먹으니 다행이다 싶어 한 알갱이를 더 줬는데 거의 비슷한 사이즈였는데도 그건 먹으려고 몇번이나 애를 썼으나 삼키지 못하고 수중에서 불어 흩어졌다.

 

잠에도 평소보다 훨씬 일찍 들었다. 어차피 눈을 감는 건 아니니 이게 자는 건지 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어항 근처에 손을 가져다 댔는데도 아가미 옆 지느러미도 전혀 움직임이 없어 어항을 톡톡 쳤더니 잠투정이라도 하는 듯이 가슴지느러미를 그것도 한 쪽만 가볍게 팔랑이고는 다시 미동도 없는 상태로 돌아갔다.

 

베타 침대도 수면에 가까운 위층 침대에만 누워서는 수면에 가깝기 때문인지 아가미 움직임도 없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참 그리고 뒷지느러미 앞 쪽도 뜯어진 것처럼 손상되었다. 솔직히 위치를 생각하면 자해를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계속 베타침대에 올라가다 손상이 된 건지 뭔지는 모르겠다. 꼬리지느러미도 겨우 막이나 생성되었을 뿐 아직 여물지도 않은 녀석이 뒷지느러미도 손상되니 속상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희한한 것은 어제는 움직임이 거의 없어서 언제 그런 손상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는 거다. 물에 가만히 떠있는 일 조차 없을 정도로 녀석이 하루종일 힘이 없으니 온도계를 온 몸으로 치대는 동작마저 그리웠다.

 

수면에 올라와서 물인지 공기인지를 한 모금 머금고 내려가는 동작도 힘들어보였던 어제.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오늘 일어나보니 녀석이 거품집을 다 지어놓았다! 그것도 아침 7시에...

어제 저녁 8시도 안 되어서 침대에 늘어져있던 건 큰 공사를 앞두고 힘을 비축한 건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마저 들었다. 깜짝 놀란 내가 침대에서 다가서자 경계하듯이 내쪽으로 다가와 날 째려보더니 다시 바쁘다는 듯 공사현장으로 돌아갔다.

 

일단 어제와는 헤엄치는 동작부터 다르다. 플레어링 할 때처럼 지느러미를 당당히 쭉 펴고 온 몸을 바동거리며 집을 짓는다. 베타침대에 눕거나 기대는 일도 없다. 거품 집도 집이라고 안정감을 느끼는지 내가 움직이면 곧장 거품 밑으로 몸을 숨긴다. 어제 베타침대의 잎 밑으로 몸을 숨기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거품집이 신기해 유리위로 손을 뻗으면 떨어져 있더라도 순찰 하듯이 다가와 경고하는 것처럼 아가미를 세운다. 아주 의사표현이 확실하다. 사람이었으면 치켜올린 눈썹이 보였을 정도다.

 

수중에 힘을 빼고 가만히 있을 때도 지느러미를 쭉 펴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대조적이다.

 

어제 고작 한 톨 먹었다고 이렇게 돌변한 것은 아닐테고

 

1. 알몬드잎을 팍팍 넣어서 홍차가 된 물의 PH가 마음에 들었다.

2. 온도가 창가보다 높아졌다. (창가 24도, 현재 위치 26도)

3. 창가에 비해 방 안 쪽 바닥에 가까운 위치라 온도 스윙이 없다.

4. 책상에 비해 진동이 없는 위치라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5. 날마다 환수를 안 해주는게 오히려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됐다.

 

이 중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소금을 타준게 효과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웬만하면 늘 보고 싶으니 책상 위로 다시 옮기고 싶긴 한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이놈 때문에 요 3일간 베타 관련 정보를 찾느라 덩달아 베타 사진도 엄청나게 많이 봤는데 우리 백작이가 최고다ㅠㅠ 관상용 베타의 수명은 길어야 2~3년이라는데... 나에게 얘를 대체할 베타가 또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니 최대한 오래 살아야 해.

 

아침에 아티슨 프로를 3알 먹였다. 저녁에도 3알 먹일 계획이다. 테트라비트를 작은 알갱이로 5알 먹였다.

먹일때마다 5~10초간 혹시 못 먹고 뱉는 건 아닌지 확인도 함. 먹이 반응은 열광적이다.

 

계속 관찰하니 쉴때도 늘 거품집 아래에서 쉰다. 누가 보면 알이라도 있는 줄 알겠다. 오늘은 한 차례도 베타 침대에 올라가지 않았다.

 

-

 

베타놈이 심심은 한가보다. 의자를 뒤로 젖혀 어쩌고 있나 쳐다볼때마다 어디 있든지 간에 내가 있는 방향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이건 날 경계하는 건가 아니면 은근히 그리워하는 건가.

책상 위의 세입자들 11) 베타는 어려워

^2020. 4. 8. 00:48

처음 걱정과는 달리 탈락하는 치어도 없고 백작이는 주는 대로 잘 먹던 나날들이 끝났다.

다행히 치어는 여전히 100% 생존률을 보이고 있지만 베타가 아프다.


다시 구석으로 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도무지 원인이 뭔지 모르겠다.


우선 몸을 치대던 것은 그 전에도 종종 있던 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격리된 상황 상 깨어있는 시간의 90%를 책상앞에서 보내느니만큼 베타항을 가장 오래 관찰하게 되는데(눈에 바로 들어오는 위치다. 구피들은 고개를 좀 기울여 봐야됨) 처음에 그런 행동을 보고 걱정은 했어도 하루에 몇 번 짧게 있는 일시적인 일이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밥을 안 먹기 시작하고는 짧은 시간에도 몇 번이나 그런 돌발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 이상한 자세로 이상하게 있거나 구석탱이로 가서 슬쩍 누워버려 주인인 나를 놀라게 한 건 상습적인 일이었는데 밥을 안 먹으니 더욱 걱정스레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겠지만 이젠 이상한 자세로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예전엔 느슨하게 쉬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라치면 곧바로 날 반기며 슥 나와서 사진을 찍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카메라를 들이대도 가만히 있는 것이 걱정스럽다.


역시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밥을 안 먹는거다.


발단은 4월 6일이다.


이날 점심으로 테트라 비트를 줬는데 하필 알갱이가 둘 다 큰 것을 급여해버렸다. 처음 테트라비트를 줬다가 알갱이가 커서 못 먹으니 가라앉아버린 것을 외면한 일이 있었고 그 뒤에 가라앉은 테트라비트는 안 먹나 했더니 또 며칠 전에는 잘 먹길래 이번에는 어떨까 했는데 몇 번이나 먹으려고 도전해도 잘 안 먹히자 삐졌는지 외면하고 홱 돌아가버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귀엽기만 했는데 저녁밥을 주니 안 먹지 뭔가.


같은 자리에 급여했기 때문에 나는 베타놈이 똑똑해서 아까 빈정상한 걸 기억하고 안 먹는 줄 알았다. 그도 그럴게 한 바퀴 어항을 돌고 온 놈이 반대편에 사료를 주니까 그건 또 쏙 먹어서.


문제는 이 때부터다. 그걸 먹고는 몇 번 우물우물 했는데 사료를 삼키지 못하고 툭 뱉어버렸다. 그걸 또 다시 먹으려고 시도 했는데 잘 안 삼켜진다는 듯 또 먹는데 실패했다. 이 시점에서 나는 점심에 준 테트라비트와 저녁에 준 아티슨 베타 프로 2알을 스포이드로 빼주었다.


그리고 매일 저녁에 플레어링을 하도록 거울을 대주기 때문에 이날도 거울을 대줬는데 매우 격렬하게 플레어링하다가 다른 쪽 벽면을 바라보는 동안 거울을 슬쩍 빼주었는데 이 때 왠지 거울 빼는걸 눈치챈 것 같다. 날 아주 나쁜 놈 보듯이 쳐다봤는데...


그러더니 그 다음날 아침도 안 먹었다. 급기야 환수를 하려고 보니 돌과 돌 사이에 몇 개의 아티슨 베타푸드가 더 있었다. 이 때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 전에는 그냥 껄껄 이런 사람같은 놈 물고기도 삐질 줄 아는구나 했는데ㅠㅠ


개수를 생각하면 4월 6일 아침부터 못 먹었던 것 같다. 나는 밥줄 때마다 한참 어항을 보고 있는데 4월 6일에 그렇게 오독오독 먹어놓고 뒤에서는 못 삼켜서 토해놓은 건지 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그 알갱이 모양은 물에 불어난 아티슨이었지 배출물은 아니었다. 그것도 2-3알갱이가 같은 자리에 떨어져 있었는 걸ㅠㅠ


그리고 환수를 하고 난 후 하얀 무언가(!)를 발견했다. 모양으로 보면 배변이 아닌 것 같은데 환수를 하고 난 직후이니 다른 이물질일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또 인터넷을 열심히 뒤졌다. 흰 똥은 내부 기생충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데 보통 이 때의 흰 똥은 길고 끈적하게 늘어지는 모양이라는걸 보니 그런 묘사랑도 좀 다르고...


여튼 환수 전부터 이상은 있을거라 생각해 아예 어항을 싹 닦아주었다. 알몬드잎도 큰 잎을 떼어다가 평소보다 좀 더 진하게 우려주고. 그리고 나서 베타를 열심히 관찰하는데 진짜 영문을 모르겠다.


온갖 국내자료와 해외자료를 뒤져보니 네 가지 중 하나인 것 같다.


1. Dropsy : 이건 한국말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솔방울병이 증상 중 하나인 것 같다. 박테리아 감염이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비늘은 아주 완벽하시다.


2. 과식/변비 : 과식으로 인한 변비라고 하는게 더 정확한 듯ㅠㅠ 솔직히 과식하게 한 것 같아 찔린다. 그래도 아티슨 베타 프로 14알 내로 1일 3회 나누어 급여했는데 더 적게 주는 사람도 있고 보통은 2회로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원래도 사료형 먹이만 주는 건 변비가 오기 쉽다는데 아티슨은 원래도 이쪽으로는 악명이 좀 있는 편인 것 같아서 더 주의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하지만 다른 증상, 예를 들어 복부 팽만 등의 증세는 없다.


3. 스트레스 : 젠장 위에 서술한 1. 밥을 안 먹음 2. 헤엄을 안 침 3. 몸을 부대낌 모두가 스트레스의 증상일 수 있다니...!


4. 내부기생충 감염: 마찬가지로 위의 증세들이 나타날 수 있다. 기생충 종류마다 다른건지, 혹은 보편적인 증상을 기준으로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1. 비늘 일부에 손상이 있다 2. 아가미부분에서 빨갛게(?) 증세가 시작해 머리부터 몸으로 퍼진다 등 다양한 병증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백작이는 위에서 서술한 세 가지 증상 외에 외양으로 나타나는 증세는 없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스트레스 또는 변비인 것 같다.


변비에 짚이는 구석은 위에서 써놓았고...


스트레스로 짚이는 요인도 꽤 있다. 먼저 책상 위, 창가 앞자리가 어항 위치였던 점. 책상에 충격이 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데 그래도 보고 싶어서 계속 이 자리로 두었다. 그리고 온도 스윙이 오지 않도록 환기는 되도록 다른 쪽 창문으로 하긴 했지만, 그리고 창문을 열더라도 늘 시간적인 제한을 두긴 했지만 물고기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매일 환수도 예민한 물고기에게는 나름대로의 스트레스였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80%환수 자체는 기꺼워 한 것 같지만, 매일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유튜브에 많은 브리더들의 환수법을 참고해서 앞으로 일주일에 2번 정도로 환수 주기를 줄이려고 한다.



계속 나에게는 모습을 안 보여주는 곳으로 막 숨어버려서 관찰하긴 힘들지만 그리고 스트레스를 더 주게 될까봐도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혹시나 내가 눈치채지 못한 증상이 있을까봐 열심히 관찰하고 또 과거 사진이랑도 비교해봤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은 다른 외적인 증상은 없다.


현재 어항을 방 안쪽 가장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수온을 27-28도 수준으로 높여주었다.


소금욕도 시킬까 말까 고민했는데 사람마다 권하는 것이 너무 달라서 지금은 병을 고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차원에서 대략 0.3% 정도만 타주었다.


알몬드 잎도 더 넣어 진한 알몬드 물로 환경을 만들어 줄 예정이다.



잘 관찰해서 이 고비를 이겨낼 수 있길ㅠㅠ



아래는 참고가 된 링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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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ettacarefishguide.com/how-to-treat-dropsy-in-betta-fish/

https://www.bettacarefishguide.com/constipation-in-betta-fish-complete-guide/

https://m.blog.naver.com/loveyou9742/221349510312

https://ko.wikihow.com/%EC%95%84%ED%94%88-%EB%B2%A0%ED%83%80-%EB%AC%BC%EA%B3%A0%EA%B8%B0%EB%A5%BC-%EA%B5%AC%EB%B6%84%ED%95%B4%EB%82%B4%EB%8A%94-%EB%B0%A9%EB%B2%95

책상위의 세입자들 9) 수온의 중요성

^2020. 4. 5. 08:24

일어나자마자 구피들부터 확인했다.
혹시 밤사이 바늘꼬리병이 심각하게 진행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그런데 이게 웬걸?
눈이 빠져라 어항을 쳐다보아도 어제처럼 꼬리가 일자로 뻗은 애가 없다.
찬찬히 살펴보는데 바닥에서 움직임이 없는 녀석이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자세도 바르고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움직이고 있는 걸 보면 단순히 잠이 덜 깬 것 같다.

내친김에 아침밥도 줘가며 모든 물고기를 빠짐없이 살폈는데 꼬리각도가 더하고 덜한 구피는 있어도 어제처럼 확연히 1자 꼬리인 녀석은 없는게 확실하다.

어제 글이라도 써놓지 않았으면 아침에 일어나 꿈이라도 꿨나 할 판이다.

어제와 오늘의 유일한 차이점은 단 하나. 수온이다.

20도 이하로 내려간 수온을 보고 깜짝 놀라 보일러를 돌리고 잤더니 지금은 22-23도쯤 되는 수온. 방 온도는 상당히 따뜻한데도 어항은 창가에 있어 다소 낮은 듯 하다.

다행히 일찍 발견해서 이번에는 수온을 맞춰주는 정도로 돌아온 것 같긴 한데 방심할 수는 없다. 아침을 다 먹고나면 환수하면서 또 한 번 살펴야겠다.

책상 위의 세입자들 8) 바늘꼬리병

^2020. 4. 5. 00:38

온종일 나가있다가 돌아와서 흐뭇하게 물멍하고 있는데
문득 바늘꼬리병을 발견했다!!
하필 집에는 천일염이 없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가까운 마트도 문을 닫았다...
황급히 찾아보니 온도도 높여주는게 좋다는데 현재로서는 날씨만 믿고 히터도 없다.

왜 하필 오늘 발견하게 되었을까
또 하루도 빠짐없이 환수를 해주었는데 왜 발병했을까
온갖 의문이 머리를 헤집는 와중에
베타항에 걸어둔 온도계가 20도 이하로 떨어진 걸 발견했다ㅠㅠ
어떤 경우이든지 간에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하기 쉬운 건 사실인 듯 하다.
뚫어져라 어항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2마리 정도만 바늘꼬리병인 것 같은데 안심할 수는 없고 또 견해에 따라 바늘꼬리병에 취약한 치어들은 3주가 지날때까지는 0.5% 소금물에 키우는게 좋다고 보는 사람이 있고 소금물에 익숙해지고 나면 내성이 생기니 격리항에 쓰는게 아니라면 평소에는 소금물을 안 쓰는게 낫다는 사람도 있다.

또 격리항에도 염분 농도에 대해서 각각 견해가 다르니 무얼 따라야할지 잘 모르겠다ㅠㅠ

원래는 시간이 날 때 청계천에 가 아쿠아리움 솔트를 살 생각이었는데 마음이 급한 것이 얼른 내일 집 앞에 천일염이나 사러가야겠다.

핑크솔트 말돈 등등 온갖 맛있는 소금은 다 가지고 있는데
이럴 때 쓸 천일염이 없다니ㅜㅜ

얘들아 조금만 더 참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