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의 세입자들 20) 다들 잘 지낸다!

^2020. 5. 8. 23:53

오랜만에 글을 쓴다.

부레병이 심했을 때는 나도 심상해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기억나는 것을 글에 옮긴다.


이전에도 썼지만 우선 처음에는 완두콩을 사러가기 너무 늦은 시간이라 병아리콩을 충분히 물에 불리고 끓여서 백작이에게 주었다. 완두콩을 바로 사러가기 힘들다는 것 외에도 병아리콩은 검색해보니 섬유질의 비율이 완두콩보다 높아서 괜찮지 않을까 했던 건데 과연 수 시간을 불리고 수 시간을 끓여 손으로 부드럽게 짓뭉개질 지경이 되어서도 이후 익힌 완두콩과 비교하니 훨씬 수분이 없고 물고기가 삼키기 힘들었다. 단연코 비추천이다. 완두콩을 주고 보니 병아리콩은 위험하게까지 느껴진다.


오래 굶은 탓인지 완두콩은 원래 사료와 버무려주지 않아도 제깍 입에 넣었다. 하지만 삼키기 힘든 것은 여전한지 병아리콩보다는 잘 먹었지만 완두콩 역시 입에 넣고 뱉기도 했다. 한 3번 쪼개주면 2번은 뱉었다 먹었다 뱉으며 수중에 흩어졌다. 문제는 콩을 먹고도 배변활동이 없었다는거다. 오래 베타용 사료를 먹이지 않아서인지 지느러미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끝부터 부식하는 현상보다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툭하고 갈라지는 현상이 먼저 일어났다. 혹은 원래도 꼬리지느러미는 상한 부분이 있어서 먼저 눈치채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관찰하기로는 그랬다.


그리고 또 하나 나를 엄청난 걱정으로 몰아넣은 현상이 있었으니 바로 몸통의 푸른 비늘에 누런 금속성 광택이 섞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베타가 아프면 아무래도 그 녀석을 구석구석 염려섞인 눈빛으로 보게 되는데 그 때 별별 이상징후를 발견하게 된다. 나같은 경우에는 안면부에 구멍이 있는 것도 한쪽 아가미 아래의 턱받이같은 부분이 플레어링때 완전히 펴지지 않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부여잡고 예전에 찍었던 사진이며 영상을 찾아봤더니 아가미는 변비때부터 이랬고(처음 데려왔을 때는 다른 쪽만 찍혀서 처음부터 그랬는지 불확실) 안면부에 크레이트 같은 구멍은 데려올때부터 이랬더라.


(안면부의 구멍은 기생충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현재까지 관찰하기로 내 경우는 아닌 것 같다. 혹은 과거에 기생충을 앓아 생긴 흔적이 잔존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비늘에 섞인 광택은 이야기가 달랐다.


이미 변비와 컨디션 난조 때부터 온갖 베타에 관한 질병이란 질병은 검색해보았기에 바로 오디늄을 의심했다. 하지만 오디늄이라기엔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플레어링시 한 쪽 아가미 아래 부분이(아가미 자체는 완전히 정상이었다.) 제대로 안 펴지는 부분을 알아차렸을 때부터 오디늄 증상이 나타날까봐 아가미 부근을 열심히 관찰했는데 통상 오디늄이 아가미 안쪽에서 발병하여 아가미 부근부터 몸통->꼬리로 이행된다는 포럼의 글에 비해 백작이의 금속성 광택은 몸통 중간부터 시작해 꼬리>아가미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오디늄은 금색 "가루"가 뿌려진게 특징적인데 백작이의 광택은 아무리봐도 가루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다들 처음에는 너무 가루가 미세해 분간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서 확대도 해보고 조명을 집중시켰다가 껐다가 플래시도 터트려보고 했는데 내 결론은 이렇다. 베타가 영양실조 상태에 이르면 지느러미도 헤지지만 비늘도 상한다. 그리고 특정한 상태의 비늘이 상하면 이러한 금속성 색깔로 보일 수 있는 것 같다.


백작이의 경우 몸체는 흰색 비늘+붉은 비늘+청색 비늘, 안면부는 붉은 색과 흰색이 섞여있는데 붉은 색 부분의 경우 이러한 금속성 광택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안면부의 흰색 부분에는 점차 범위가 넓어지면서 말기에 이르러 이러한 광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꼬리 부분의 경우에는 원래부터도 이와 유사한 광택이 있는 상태여서 이게 처음부터 이상증세가 있었던 것인지, 혹은 자연스러운 발색으로도 나타날 수 있고 비늘 손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겹치는 증상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지금 백작이는 밥도 잘 먹고 지느러미도 투명한 막이 생기며 회복 중인데 과연 몸통의 비늘도 처음 광택이 드러난 사람으로 따지면 어깨 부분부터 다시 이전의 색을 회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조명을 강하게 주고 당겨 찍어 확대하면 비늘의 텍스쳐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이 옆길로 샜는데 여하튼 백작이는 콩을 먹인 상태에서 며칠째 배변이 전혀 없었고 지느러미가 갈라지고 헤지는 등 컨디션이 너무 나빠진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사료를 먹여도 괜찮을지, 그렇다고 안 먹이는 상태를 지속해도 될는지도 전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사실 이 때 온갖 약품을 검색하며 오디늄일 가능성이 있어 큐프라민을 사서 투여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약품을 쓸때는 신중해야하며 체력적으로 버틸 수 없을 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는 다수의 글과 영상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작이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는데 어느 날 지느러미 손상도를 체크하려고 보니 플레어링을 안하지 뭔가... 이 때 정말 머리가 띵했다. 주인을 잘못 만나서... 죽어가는구나... 그런 생각을 거둘 수 없었다. 그리고 갈라진 녀석의 등핀에 실오라기 같이 이상한 것이 붙어있었다. 직감했다. 이게 실시간으로 지느러미가 녹아가는 증거라고. 아니나다를까 녀석의 지느러미가 습자지처럼 금방이라도 찢어질 마냥 얇아보이는게 며칠 지났는데도 지느러미의 손상이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는데 그 실오라기를 발견하고 보니 지느러미가 녹는건 순식간이었다. 이걸 발견하고 보니 백작이 꼬리 끝의 검은 부분이 상당히 소실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의 지느러미 녹음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곰팡이성 감염이고 다른 하나는 박테리아성 감염이다. 그런데 검색하다보면 두 방향에 대해 서로 기술이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끝부분이 흰색으로 실같이 닳으면 곰팡이성 감염이고 검은 색으로 상하면 박테리아성 감염이라고 하는데 다른 데서는 흰색이 박테리아성이라고 하는 등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 결국 가장 넓은 범위의 처치인 소금욕을 택했다. 퍼센트는 0.5%, 즉 1L에 5g 되겠다. 1%나 2%~3%도 고려했지만 이 때 백작이가 버텨줄지 확신이 없었다. 일단 꼬리 손상이라도 멈춰 볼 요량으로 0.5%에서 차도가 없으면 1%까지는 갈 생각이 있었다. 참고로 부레병 초기부터 0.2% 염도를 유지하다가 소금욕을 하면 1주일 정도 지속 후 쉬어줘야 한다는 말이 있어 며칠 염도가 0인 상태에서 지느러미에 실같은 침식이 발생했다. 만약 소금욕을 지속했다면 이러한 침식이 없었을 수도 있고, 혹은 베타의 신장에 안 좋은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이 힘들었다. 분명 백작이가 겪는 증상은 매우 흔한 증상이라 검색하면 온갖 정보가 뜨는데 그 정보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저마다 다른 것 말이다. 그리고 이 때 온갖 종류의 약도 검색해봤는데 해외 포럼에서는 피마픽스와 멜라픽스, 그리고 심지어 베타픽스도 베타의 특징적인 호흡기관인 라비린스에 좋지 않으므로 쓰지 마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정말 얼마나 머리가 아팠는지 모르겠다.


소금욕을 하면서 동시에 사료도 아주 조금씩 주기 시작했다. 도저히 체력이 없이는 이 사태를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금식과 완두콩 급여 후에 갑자기 원래 먹던대로 줘도 안 된다는 글이 있어서 처음에는 테트라 비트와 아티슨 베타프로를 물에 충분히 불려 번갈아 주었다. 백작이는 뭘 주든 허겁지겁 먹었다.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지느러미 끝에 하얀 실같은 건 소금욕을 한지 만 하루만에 없어졌다. 여전히 슬러지는 많았지만. 녀석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환수할 때 말고는 건드리지 않았다. 지느러미가 재생하려면 고단백의 사료를 넉넉하게 먹이는게 중요하다던데 변비로 인해 넉넉하게 먹일 수는 없으니 사료를 다시 급여한지 약 3일째부터 가지고 있는 모든 사료 중에 가장 단백질 함량이 높은 팬시 구피를 위주로 주었다. 그리고 그린달웜도. 그래도 오랫동안 배변이 없어 걱정하던 차에 사료의 양을 조금 늘리고 그린달웜을 몇 마리 준 다음 날 (비위가 상할 수 있음)오뚜기 카레색의 콩조각 같은 것을 누었다. 그 다음부터는 이틀에 한 번씩 커다란 똥을 누기 시작했다.


부레병은 어느 새 없어졌다. 그런데 하루 만에 나아진 것은 아니고 배변이 원활해지기 전부터 조금씩 수면으로 부상하는 것이 조금씩 편해보이다가 점점 바닥에 누울 때 쓰는 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가 아닌 배지느러미가 되었다가 하는 식이었다. 변비랑 아주 비례적으로 나아지는 건 아니고 그래도 상관관계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사실 먹는 걸로 말하자면 절식과 금식이 한참이었으니 처음부터 변비와는 관계가 없었을 것 같은데 어쩌다 부레에 문제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환수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수위를 낮춰 겨우 끄트머리나 닿을 수 있는 온도계에 온몸을 부딪히기도 많이 했는데 이 때마다 손으로 벽을 감싸줬더니 온도계에 부딪히기보다 내 손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그런지 약간 침착해지며 벽으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저 내 행동이 의도와는 달리 더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으면 한다.


지금은 상태가 매우 좋아져 등핀 갈라진 부분은 투명한 막 없이 바로 재생 중이고 꼬리지느러미는 셀로판 같은 막으로 점점 재생 중인데(하지만 처음처럼 진한 검은색으로 차지는 않는다ㅜㅜ 검은색은 끄트머리에나 겨우 있다. 그리고 처음 데려올 때부터 상했던 곳은 신기하게도 다른 곳보다 더 늦게 차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 요인은 있다.


오래토록 이 녀석을 관찰하다보니 이제 알 것 같은 부분들이 있다.


먼저 이 녀석은 환수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받는데, 환수를 안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처음에도 그렇고 부레병 때는 아예 물맞댐 환수통을 자작해서 1L를 3~4시간에 걸쳐 투입했는데도 환수스트레스를 받는게 눈에 보였다. 물론 그 땐 컨디션이 안 좋아서 더 그랬겠지만 환수가 즐거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데 희한하게 수류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이 녀석은 분명히 수류를 좋아한다. 그리고 스포이드나 대롱이 들어오면 다 호기심을 갖는다. 환수용 사이펀, 이물질을 빼는 스포이드, 유리 온도계에 그린달웜을 주거나 스킨답서스를 세우려 넣는 수초용 집게까지 전부 좋아하는데 문제는 제 지느러미 끄트머리라도 건드리면 쏜살같이 도망간다. 아니 나도 널 건드릴 생각은 없었는데 네가 먼저 쫓아왔는 걸...


아직 환수 스트레스의 결정타가 뭔지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풍경 달라지는 걸 질색하는 건 잘 알겠다. 이놈이 스킨답서스 뿌리쪽에 똥을 싸놓아서 그걸 빼려고 스킨답서스를 좀 건드렸는데 저는 반대편에 있어놓고는 어찌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벽의 한 쪽 모서리에서 다른 쪽 모서리로 미친듯이 돌아다니는지.... 평소에 스포이드랑 사이펀 대롱 따라다닐때는 안 이래놓고 정말 주인 놀래키는데 선수다. 그래도 아플 때 탱크항 상태보다는 다이소 도자기컵과 스킨을 넣은 지금 상태를 더 좋아하는 건 분명하다.


다이소 도자기 컵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베타는 작정하고 똥을 쌀 때는 고정된 장소를 좋아하는게 아닌가 하는 가설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표본이 부족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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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들은 변함없이 무탈하다. 이제 많이들 커서 정말로 치어용 어항이 작아보인다. 하나도 탈락이 없어 오히려 고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4~6마리만 데려왔다....


큰 놈들은 진짜 많이 컸다. 그리고 지금 보니 처음에는 뒷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를 보고 암컷인 줄 알았던 놈들도 커가며 핀이 뾰족해지고 색이 올라오는 애들이 많다. 제일 큰 애들은 둘 다 수컷인데 생식기인 고노포지움이 외형상으로는 완전히 발달했다. 내가 그런 눈으로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암커으로 보이는 앧들을 따라가 괴롭하는 모습도 종종 관찰된다. 이제 다 컸다고 유세하는지 아주 제 몸보다 더 긴 똥도 잘 달고 돌아다닌다. 이제 점프도 할 줄 알아서 숟가락으로 옮기기 힘들다.


치어 중에 유난히 몸집이 작은 애는 이제 다른 애들한테 몸빵으로 밀리길래 기형이 의심되는 다른 한마리와 함께 분리했다. 처음에는 그린달웜 맛을 보여줘서 빠른 성장을 도모할 생각이었는데 눈 앞에 그린달웜을 줘도 식겁하면서 도망치는 바람에 찾아가는 사료서비스나 제공하는 중이다.


기형이 의심되는 애는 분명히 다른 한 놈이랑 다른데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옆에서 보면 배가 말랐고 위에서 보면 다른 한 애는 하얀 배가 보이는 반면 요녀석은 내장이 어둡게 보인다. 카페를 보면 배마름은 통상 기생충에 의한 질환이라 여겨지는 것 같던데 오래 다른 개체들과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염도 없고 이 녀석도 어쨌거나 잘 살아있는 걸 보면 기생충 증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구피도 부레병인가 싶기도 했는데 실제로 다른 놈들보다 더 빠르게 돌아다니고 말이다. 그러나 한번 씩 속도가 느려지는 구간에서 곧바로 높이가 떨어지는게 아닌 걸 보면 부레에 다소 이상이 있을 지언정 완전히 기능을 상실한 건 아닌 것 같다.


좀 더 커야 원인을 알 수 있을지 어떨지. 어쨌든 지금은 열심히 입을 뻐끔거리며 잘 살아 있다.